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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있을 때는 하늘을 볼 일이 많았다. 나름 대도시였음에도 도심만 벗어나면 고층 건물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면, 혹은 고개를 들어보면 곧바로 파란 하늘이 내 위로 펼쳐지곤 했다. 유독 맑은 날씨가 많고 하늘이 예쁜 곳이어서 더 그랬겠지만, 나는 그곳에서 하늘을 보는게 참 좋았다. 보송보송한 흰 구름들이 새파란 하늘 곳곳에 낮에 펼쳐져 있는 걸 보면 내가 정말 우주 속에 살고 있구나 하는 실감도 들었다. 특히 약간 구름 낀 맑은 날, 밤하늘이 그런 기분을 만끽하는 데에는 최고였다. 별이 촘촘히 박힌 밤하늘도 '우주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데는 최고지만, 깜깜한데 어딘가 깜깜하지 않은 밤하늘에 구름이 깔려있는 걸 보면 구름과 하늘이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원근감 같은 것이 느껴져서 참 '우주스러웠'다. black이 아닌 어딘가 파란듯한 까만 밤의 색깔이 우주같아서였을까. 그런 하늘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내 자신이 홀로 서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인간 본연의 고독을 나는 하늘로 인해 느꼈다. 나는 하늘이 좋다. 하늘을 바라보는게 좋다. 그래서 높은 곳을 좋아하고, 예쁜 하늘이 나올만큼 청명한 날씨를 좋아한다. 내 마음에 쏙 드는 거대한 하늘을 보며 누워있노라면, 어쩐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우주에 홀홀단신 서 있는 내가 외롭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외롭지 않은 느낌이랄까.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 옆에 아무도 없었으면 하는 시간. 나에게는 하늘을 보는 시간이 그렇다. 그 가슴 벅찬 느낌은 아무와도 공유할 수가 없다. 아마 옆에 누군가 있더라도, 그도 그럴 것이다. 요새들어 부쩍 그런걸 느낀다. 하늘을 잘 볼 수 없는 서울이 답답하다고. 높은 건물들이 너무나도 빼곡히 들어차 있는 서울은, 아예 초고층으로 올라가거나 한강까지 나가지 않으면 드넓게 펼쳐진 하늘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이 삭막해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스모그 때문에 맑은 날씨가 그리 많지 않은 서울이지만, 그래도 관심있게 지켜보면 가끔 경탄을 자아내는 하늘과 노을들이 나타나는데, 사람들은 하늘을 못본지 오래되어 하늘에 관심을 가지지않고, 그렇게 멋진 하늘이 등장해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나는 그게 참 안타깝다. 자연을, 우주를, 나를 둘러싼 세계를 잠깐이라도 느낄 여유조차 없는 것일까. 눈을 감으면 종종, 나는 그곳에 서있다. 차가운 밤하늘 아래에 두터운 잠바를 입고 벤치에 누워, 별과 구름들을 세어보며 숨 쉬고 있던 그곳에.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렀다. 정말 바쁘기도 했고, 원체 멀티플레이가 안되는 두뇌를 소유한지라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고, 혹은 우울해야 뭔가를 끄적거린다는 데에 대한 반증으로 나름 즐겁게 지냈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그의 생일마저 까맣게 잊었다. 이젠 기억할 필요가 없는 생일이겠지만 헤어진 후 첫 생일인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그가 조심스레 연락을 해왔을 때 차갑게 잘랐었는데, 괜시리 그마저 미안해진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미안할 필요도 없고, 이미 헤어진 바에야 단절하고 사는게 서로를 위한 일이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꼭 이성적이지만은 않은가보다. 헤어진 이후 들어가지도 않았던 미니홈피를 내가 왜 들어가봤는지 싶다. 앞으로는 정말 '어쩌다'가라도 들어가지 말아야겠다. 아는 사람이 없는 이곳에만 끄적일 수 없는 말들이다. 그에게 미안해진다거나, 잠시 추억에 잠긴다거나 하는 말들은.. 마음이 아릿하다. 하지만 사랑과 결혼이 다른 언어임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그저 연애를 했거나, 아예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결혼으로는 도저히 엮일 성격들도, 집안들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충만한 감수성으로 나를 사랑해주면 뭐할까. 일하는 여자 싫다고 못박아버리는 사람인데... 나도 여러모로 혼란스럽다. 사랑했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랄까. 안녕, 안녕, 안녕. 깊은 연애를 하는게 힘들다. 정확히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고,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연애한다는건 상대방에게 예의가 아닐 뿐더러 미안한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 두려움을 떨쳐내고 앞으로 전진해보려고 노력하고는 있으나, 역시나 어렵다. 감정적으로 지친달까. 마냥 내 기분에 맞춰주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유아기적 생각까지 곁들여져서 참으로 힘들다. 심정적으로 가장 많이 의지되는 사람인데도 내가 다운되면 만사 다 귀찮아지는 성격이란. 나도 참 성격좋은 사람되기는 글러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밖에도 종종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드는건 그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이다. 나는 아직 이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앞으로는 결혼할 생각이 정말로 거의 없다. 아무리 잘해주는 시댁이어도 시댁은 시댁이고 시댁=부담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혼자서 끙끙대며 스트레스 받을걸 나는 뻔히 알고 있다. 이제는 경험까지 그걸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아무리 신경 안쓰고 좋은 시부모님이어도,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도통 들질 않는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과 서로 의지하며 노후까지 쭈욱 함께 하는건 여전히 로망이 있지만 시댁만 생각하면 그 로망도 다 집어치우고픈 심정이다. 그런데 그는 자꾸만, 나에 대한 애정표현을 '결혼'이라는 단어로 표출한다. 가끔 분위기에 동조해 내가 몇 번 맞장구를 쳐주니까 더욱 그런다. (이건 내 잘못이겠지만..그렇다고 "너가 너무 좋아. 빨리 결혼해서 함께 있고싶어"라고 말하는 남자친구에게 매번 정색을 하며 "나 결혼같은거 안해"라고 얼굴 찡그리는것도 딱히 사람이 할 짓은 아니지 않은가?) 덕분에 그는 이제 아기자기한 미래를 구체적으로 꿈꾸고 있고, 자리만 잡히면 나에게 프로포즈를 할 기세다. 동생이 결혼하기 전에 먼저 선수쳐야 한다는 말까지 한다. 아.... 나로서는 정말 부담스럽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와 헤어져보려고 크게 두번이나 마음 먹었으나, 그의 배려와 노력으로 결국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내가 싫다고 하면 결혼 이야기도 안꺼내겠다고 했고, 내 마음에 부담을 주지도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얼마 지나지않아 그는 다시 결혼 이야기로 나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고, 나는 기분이 다운될때마다 그에게 땡깡질을 놓는다. 참으로 골치아프다.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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